작성일 : 22-04-19 23:16
두 개 다 가지면 행복하니?
 글쓴이 : nina
조회 : 152  
국민학교다닐때아이들이어찌나많은지

한 반에 보통 70명이 넘었다.

그러고도10반을넘었으니쉬는시간에

운동장을 내려다보면 거짓말 안 보태고 새카맣게 보였다.

원래 4학년이 되면 남과 여 반으로 나눠 었는데

내가 들어간 반은 남녀 합반으로 6학년까지 그대로 갔다.

 
몇학년때인가기억이안나는데내짝은몹시마르고

까무잡잡한 아이였다.

짝은도시락을한번도가져오지않았고

옥수수 빵을 받아 먹었다. 그런데 그 빵도 다 먹지 않고

남겨서 가방에 넣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연필이니공책도없을때가많았고그림도구는

아예 준비를 해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 것을 많이 썼는데

정말 아껴 서 잘 쓰려고 하는 것이 보여,

반쯤 쓴 크레용 세트와 도화지를 나누어주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그 얘가 빵을 받아서 자리에 앉는데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내 도시락과 바꾸어 먹자고 했다.

그래도되느냐고하면서짝은너무나맛있게

도시락을 비웠고 나는 옥수수빵을 잘 먹었다.

내가 짝에게 앞으로 종종 바꾸어 먹자고 했더니

그 얘는 그렇게 좋아 했다.

나는그시절만해도빵순이었고옥수수빵은

밥보다 훨씬 맛 있었다.

 
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저 미소를 지으며

밥을 많이 담아 가라고 할 뿐이었다.

다음날도바꾸어먹었는데그애는반정도먹고남겨서

새까만 빈 도시락에 모두 담는 것이었다.

나는 왜 그러느냐고 묻지도 않고,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또 미주알 고주알 다 말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짝이 어디 사느냐고 물었으나

나는 몰랐다.
 

그런일이되풀이되고어느날아버지가하굣길에나를

기다리고있었다. 짝과함께나오던길이었는데아버지는

그 얘 집에 가자고 했다.

짝은무서워하면서무조건잘못했다고말하며

울음을터트렸다. 쌀밥과빵을바꾸어먹은일을들켜

혼을 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울음이 터졌다고,

후일 그 얘가 내게 말했다.

아버지는무릎을구부리고앉으며 그아이를안아주었고

우리는 함께 짝의 집까지 걸어갔다.

 
가난한사람들이모여산다는고갈산밑의동네는

온통 루핑 지붕 집이었고 생전 처음 가 보는 이상한 세계였다.

나는못들어가고아버지만들어갔는데한참있다나온

아버지의손을잡고, 동네를벗어날때까지우리는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아버지는 짝에게 잘해주라 고 했다.

 
니 나이 때의 아이레 한 창 먹을 때인 데, 도시락을 반 남겨서

집에 가져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이디.

아바지레 그 이유가 궁금했더랬어.

밥을가져가서저녁으로먹는다면그렇게굶기는부모는

못 쓰는 사람들인 게야.

그런데 네 짝은 그 밥을 가져가서 물을 넣고 끓여,

아픈 아버지께 죽을 끓여드린 게야.

아바지레많이아파서어머니가장사해서겨우먹고사는데

아버지 끓여 줄 쌀 한 줌이 없는 거이야.

새까만 보리밥만 해 먹으니 아픈 사람이 먹지를 못 하는데,

쌀밥 죽을 먹고 많이 원기를 차렸다고 하는구나.

심청이 못지않은 아이야.-

 
아버지가 짝의 집에 무엇을 해 주었는 지 나는 다 모른다.

짝의어머니가시장의난전한곳에서고정적인장사를

하게 되었고 쌀가마니가 왔다고 그 얘가 내게 울면서 말해서 알았다.

아버지는그얘가심청이같은효자이기에작은도움을

주었다고만 했고 나도 그렇게만 알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알면시끄러워지고싸움이나기때문에

그런 일은 말하지 않는 것이 옳았다.

 
언제나 말하지만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었고

때로 아버지의 자선은 지나칠 때가 있다는 것을 나도 알았다.

장사해서 남 다 퍼준다고 엄마가 대들면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두 개 다 가지면 행복하니?

곳간에 많이 쌓아 두면 더 행복하네?

쪼끔만 나누어 주면 신간이 편한데, 그 거이 더 좋지 않네?”

 
쪼끔만 나누어 주면 신간이 편하다...

신간이 편하다는 그 말의 뜻을 나는 요즘 알아 가는 듯하다.

두개가지고있어서행복이두배가되는것이

아님을알게되어그행복감이주는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두 개를 나누어 나는 한 개만 있게 되었는데,

그 충만한 느낌은 두 배, 세 배가되니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를 이제야 알게 된다.

 
이북에 있는 조부모님이, 집에 찾아오는 사람

그 누구도 빈 손으로 보내지 않았는데,

한 번도 재산이 준 적이 없노라고 아버지는 늘 내게 말했다.

나누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쳐 준 이 유산이

내게는 무엇보다 귀한  유산이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그저 습관이 되어

나눈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

“두 개 다 가져서 행복하니?”

껄껄 웃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렇게도 선명하다.

 
댓글:

짝은중학교를진학하지못하고 공장으로간것으로기억합니다

엄마혼자의힘으로꾸려나가기엔 너무힘겨웠나봅니다

 
그래도 쌀밥을 배부르게 먹고

동생들이 웃었다면서 눈물짓던 그 아이는

아마훌륭한맏이의노릇을해내었을겁니다
 

추운계절엔예전의기억들이더선명해집니다

지금도 시린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 때보다 적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넓고호화로운집을티브이에서보면서

저런집에서혼자살면정말행복할까라는생각을해봅니다

 
천상병 님이 삶을 소풍으로 표현하셨지만

울아버지야말로소풍같이사셨습니다

언제나 돌아갈 곳 이북 내 고향에 가기까지

소풍 나온 것처럼 살아가자...

때때로 무너지게 하는 망향의 그리움이

아버지전생애의고통이었으나

그럼에도 아버지는 양손에 사과를 쥐고 있으면

옆의사람에서서슴없이한개를주는삶을사셨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요.

그것이사람의순리라고알게되도록말입니다

 
“두 개 다 가지면 행복하니?”

옮겨온 글